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손이 떨리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수전증'으로 적지 않은 사람이 흔히 경험한다. 과도한 피로, 커피 마신 후 카페인 부작용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파킨슨병 등 심각한 질환의 전조증상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같은 손 떨림이라도 자세히 살피면 양상이 조금씩 다르다. 증상에 따른 손 떨림 원인을 알아봤다.
◇가만히 있을 때, 비대칭적인 떨림.....파킨슨병
손 떨림과 관련해서 가장 주의해야 할 질환은 파킨슨병이다. 파킨슨병은 신체 동작에 관여하는 뇌 부위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부족해 생기는 질환이다. 파킨슨병으로 인한 손 떨림인지를 확인하려면 몸을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손만 떨리는지를 살피면 된다. 파킨슨병 환자 4명 중 3명은 움직일 때보다 가만히 있을 때 떨림 증상이 심하다. 떨림 증상이 비대칭적으로 나타나는 것도 특징이다. 한쪽 손이나 팔, 다리에서 시작해 수개월 혹은 1~2년에 걸쳐 반대편으로 떨림 증상이 퍼진다.
손 떨림 외 다른 증상을 살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허리가 전반적으로 앞으로 굽고, 걸을 때 한 쪽 발을 끄는 환자가 많다. 보통 사람은 걸을 때 팔을 자연스럽게 흔드는 데 비해 파킨슨병 환자는 팔을 로봇처럼 몸에 붙이고 있다. 중증으로 진행하면 표정이 점차 없어지며, 모든 관절이 굳어 몸이 구부정해진다. 도파민 성분 약을 먹으면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증상이 회복된다.
◇손 떨리며 맥박 빨라지면.....갑상선기능항진증
갑상선기능항진증은 갑상선호르몬이 체내에 과도하게 생성되는 질환이다.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그 증상 중 하나로 미세한 손 떨림이 나타날 수 있다. 손 떨림 외에도 다양한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맥박이 빨라지고, 대변 배변 횟수가 증가한다. 불안함·초조함을 자주 느끼고, 겨울에도 더위를 자주 느낀다. 질환이 오래 진행되면 눈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혈액 검사를 하면 갑상선항진증 여부를 알 수 있으며, 약물 치료로 회복이 잘 되는 편이다. 항갑상선제나 방사성 요오드를 복용해 갑상선 기능을 억제한다. 증상이 심한 경우 갑상선을 절제하기도 한다.
◇물건을 잡거나 팔을 뻗을 때 떨림.....본태성 떨림
특정 질환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소뇌의 운동 조절 능력이 떨어져 손 떨림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의학적으로는 '본태 떨림'이라고 한다. 특별한 원인 질환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전체 인구의 0.7%, 65세 이상의 4.6%가 겪을 정도로 비교적 흔하다. 다른 떨림 증상과 다른 점은 특정한 동작을 취할 때 떨림 증상이 나타난다. 팔을 앞으로 뻗는 자세를 취할 때 손이 떨리거나, 물체에 손을 댈 때 떨리는 식이다. 가만히 있을 때는 떨리지 않는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별도의 치료가 필요치 않다. 그러나 본태 떨림이 있는 환자의 73%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본태 떨림을 진단하는 특별한 검사법은 아직 없다. 각종 검사를 통해 다른 원인 질환이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의사가 떨림의 양상을 관찰해 진단한다. 치료법으로는 교감신경을 안정시키는 약이 나와 있다. 증상이 심할 때는 소뇌의 운동 회로를 정상으로 돌리는 뇌심부자극술 등을 시행할 수 있다.
가만히 있어도 손 '덜덜', 파킨슨병 위험 신호
얼마 전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공식 행사 중 몸을 떠는 증상을 보여 건강 이상설에 휩싸였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신체 일부가 떨리는 것은 건강 이상 징후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움직일 때 떨리면 대부분 정상
술잔에 술을 따를 때, 글씨를 쓰려고 할 때 떨리는 '활동 시 떨림'은 대부분 정상이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윤성상 교수는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떨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라며 "흥분하거나 긴장했을 때 떨리는 것도 문제 없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떨림이라도 생활이 불편하다면 베타차단제, 신경안정제 등을 처방한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있어도 떨림이 나타날 수 있다. 윤 교수는 "떨림 때문에 병원에 오는 환자에게는 갑상선 기능 검사를 꼭 받게 한다"고 말했다.
◇가만히 있을 때 떨리면 파킨슨병 의심
편한 자세로 가만히 있을 때 떨리는 '안정 시 떨림'이 있으면 파킨슨병을 의심해야 한다. 손을 탁자 위에 올려놓거나, 힘을 빼고 가만히 서있는 데 떨리는 것이다. 파킨슨병은 60세 이상 1%가 앓고 있다.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윤지영 교수는 "안정 시 떨림과 함께, 행동이 느려지고 얼굴 표정이 굳어지는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보충하는 제제를 쓴다.
◇움직임 마지막에 떨리면 뇌졸중 의심
손가락을 코에 대는 데 마지막에 떨리면 뇌 중에서도 소뇌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윤성상 교수는 "해당 부위 뇌혈관이 막힌 뇌경색을 의심해야 한다"며 "이런 떨림은 갑자기 나타나며, 균형장애와 같이 온다"고 말했다.
한편, 눈과 입이 동시에 떨리는 것은 안면경련이다. 안면경련은 제7번 뇌신경에 혈관이 붙어 혈관 박동이 신경을 자극해 나타난다. 심하면 혈관과 신경을 떼어놓는 수술을 해야 한다. 일부 정신과 약물이나 스테로이드제도 떨림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파킨슨병, 손 떨림만 증상 아냐… 의심 신호 3가지
손 떨림 외에 후각이 떨어지거나 잠꼬대가 심해지고 변비가 생기면 파킨슨병을 의심해봐야 햔다.
손 떨림 증상이 심하면 파킨슨병을 의심하기 쉽다. 파킨슨병은 몸 동작에 관여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부족으로 생기는데, 대표적인 증상이 손 떨림이다. 국내 환자 수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 수는 지난 2014년 8만4333명에서 2017년 10만716명으로 3년 새 약 19% 늘었다. 그런데 파킨슨병은 손 떨림 외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고, 전구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우선 파킨슨병 환자의 손 떨림은 움직일 때보다 가만히 있을 때 심하다. 하지만 환자 4명 중 1명은 떨림 증상을 겪지 않는다. 이때는 행동이 느리고 둔해졌는지 봐야 한다. 단추를 잠그는 데 시간이 전보다 오래 걸리는 식이다. 몸이 경직돼 뻣뻣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걸을 때 한쪽 다리만 끌거나 양쪽 팔이 아닌 한쪽 팔만 흔들리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보폭이 작아져 종종걸음으로 보이는 특징도 있고, 표정이 어둡고 무표정해진다.
병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 잘 생기는 전구증상 3가지는 ▲잠꼬대 ▲후각장애 ▲변비다. 잠꼬대는 매우 심하게 나타난다. 자다가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발길질을 해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기도 한다. 또한 후각신경이 손상받아 음식의 맛이나 냄새를 잘 느끼지 못한다. 자율신경이 파괴되면서 만성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보충하는 약물로 치료한다. 약물로 증상이 낫지 않으면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전기자극기를 심는 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심한 잠꼬대가 '파킨슨병' 신호일 수도
수면 중 격하게 움직이거나 잠꼬대를 하는 등 렘수면행동장애가 있는 사람은 파킨슨병 발병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면 중에 격하게 움직이거나 잠꼬대를 하는 등 꿈속의 행동을 실제로 옮기는 것을 렘수면행동장애라고 한다. 이러한 렘수면행동장애가 파킨슨병을 예측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대 연구팀은 렘수면행동장애와 파킨슨병 발병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12년간 렘수면행동장애가 있는 1280명을 추적 관찰했다. 연구 중 참여자들의 운동기능과 인지능력, 감각능력을 평가했다. 그 결과, 참여자의 73.5%에서 파킨슨병이 발병했다. 또 연구 기간 중 운동기능에 문제가 발생한 사람은 파킨슨병 또는 루이소체 치매의 발병 위험이 3배 증가했다. 더불어 고위험군에 속한 사람들은 인지장애가 있거나 후각에 이상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